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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보통/october. love of my life

Yoon Jeon Kim, love of my life

 

 

 

 

 

 

 

 

 

 

 

 

 

 

 

 

 

 

 

 

BO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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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

 

 

엄마- 난 엄마가 그냥 엄만줄 알았어 엄마를 만나고 엄마를 엄마로 부르는게 당연하니까 엄만 '엄마'라는 단어에만 사는줄 알았어 그렇게 사는게 당연한듯 여기면서 말이야. 엄마 근데 생각나? 내가 24살때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잖아 엄마 내 나이때 뭐하고 살았어? 하고. 근데 엄마가 그랬잖아. 뭐하긴 니네 키웠지. 하고 말하는데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어. 엄만 24살에 언니랑 나를 키웠구나 생각하니까 엄마도 내 나이를 살았구나 하고 그때 처음 엄마를 엄마로만 보지 않는 눈이 떠진것 같아. 엄마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엄마- 나는 엄마를 배신 한 적이 많아. 엄만 모르겠지만 아니 알려고 하지마- 지금도 배신중이야. 엄마 근데 나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계속 엄마 딸이잖아 그래서 앞으로도 배신하면서 살지도 몰라. 엄만 나를 배신 하지 않으니까. 미안해 엄마. 이런딸이라서 그래도 난 엄마가 좋아.

엄마- 내가 제주도에 여행가려고 했을때 성산일출봉에 간다니까 엄마도 예전에 제주도에 갔을 때 성산에 올라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나한테 말했었잖아. "아, 열심히 살아야 겠구나" 하고 난 그 말을 듣고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성산을 올랐을지 생각하면서 제주도에 가서 성산을 올라갔었어 근데 정상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데 엄마의 마음이 내 마음에 담긴 기분이었어. 그 광활한 기분으로 한동안 용기내면서 살았던 것 같아.

엄마- 나 고백할게 있어... 나 고등학교때 아침마다 엄마 지갑에서 만원씩 빼갔어. 근데 맨날 맨날 그런건 아니야.  내가 어렸을때 그랬잖아... 돈벌면 매달 엄마한테 100만원씩 준다고 했었잖아. 뭣 모르고 한 약속이라서 그거 생각날때마다 돈 많이 벌어야 겠다 생각하는데 아직까진 잘 안된다. 나중에 조금만 기다리면 100만원씩 꼭 붙여줄께.

엄마- 내가 계속 집에 안들어가고 여행만 다니니까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아했잖아. 그러면서 전화로 그랬잖아 "애기야, 너는 너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살아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엄마 고마워 계속 기다려주고 닥달하지 않고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 근데 조금 더 기다려야 될거야. 나는 아직 철이 안든 것 같아.

엄마- 나는 엄마가 살찌는게 싫어 엄마가 워낙 먹는걸 좋아하고 육식주의자처럼 먹어서 한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엄마. 난 엄마가 아프면 그것 만큼 아픈게 없는 것 같아. 그니까 엄마 아프지말고 할머니처럼 오래 오래 살아야해.

엄마- 엄만 나를 애기야 라고 부르잖아. 엄마랑 나랑은 그말이 너무 익숙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이상한가봐 근데도 엄만 아직도 나를 애기라고 부르는거 보면 내가 사십이 되도 엄만 나를 애기라고 부를 것 같아. 일단 엄마 우리 둘만 있을땐 그렇게 부르자. 나 서른 넘은지 좀 됐으니까 알겠지?

엄마- 엄마랑 헤어질때마다 예전엔 버스차창을 보며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이젠 덤덤하게 헤어지는 것 같아 엄마도 덤덤해 진 것 같아 나랑 같은 마음 인거지? 엄마 엄마랑 헤어지는 순간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엄마도 그렇지?

 

 

 

 

 

 

 

 

 

 

 

 

 

 

 























 



 

 

 

 

 

 

 

 

 

 

 

 

 

 

 

 

 

 

 

 

 

 

 

 

 

 

 

 


 

 


 

 

 

 

 

 

 

 

 

 

 

 

 

 

 

 

 

 

 

 

 

 

 

 

 

 

 

 

 

 

엄마는 목욕탕엘 간다.

 

 

내 번호는 123번이다. 그리고 다른 중년여자의 번호는 127번이다. 그 여자와 난 그 곳에 들어간다. 그 곳에 들어가면 또 다른 번호를 가진 여자들이 있다. 여자들은 때론 많고 때론 적다. 그 여자들을 지나 내 번호가 적혀있는 번호판을 찾아 천천히 걸어간다. 123. 그 서랍장의 문을 열고 정성을 다해 내 몸의 걸쳐져있는 모든 옷을 벗어 놓는다. 123번호가 달린 열쇠를 손목에 낀다. 127번의 중년여자는 나와는 다르다. 이 곳에 들어올 때 부터 다른 여자들과 눈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아무 거리낌 없이 팬티만 입고 바구니를 들고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입성한다. 문이 열린다. 드르륵-

 

 

 

 

 

 

 

엄마는 목욕탕엘 간다. 남들은 일주일에 한번이나, 그보다 못한다면 한 달에 한번, 하지만 우리 엄만 매...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목욕탕에 간다. 내가 어릴 적 에는 우리 엄만 수영장엘 다녔다. 꽤 오랫동안 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수영을 곧 잘 했던 것 같다. 엄마가 가는 동네 목욕탕에(동네목욕탕이지만 찜질방겸해서 동네에서는 꽤 큰 목욕탕이다) 냉탕은 아주 크고 길다. 수영하기엔 딱 알맞다고 할 수 있다. 방학동안 엄마와 같이 지내면서 난 엄마의 패턴에 맞추어 매일 같이 목욕탕에 간다. 장사를 끝내고 목욕탕으로 향할 때의 시간은 10-11시 사이이다. 옷을 벗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목욕탕 안엔 엄마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휴가 안갔어?" 어제도 했던 말이다.

"다들 피서 가서 오늘은 사람이 없나봐~" 이것도 어제 했던 말이다.

"어휴~더워서 어떻게 장사해?", "그러게 더워서 꼼짝도 못하겠어" 이것 또한 어제 했던 말이다.

 

옷을 벗고 있으면 난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 다른 사람인가? 아까 그 아줌만가...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하고 나이도 알지 못하고 약간의 직업정도?알고 있는듯하다. 안부를 묻고 나면 (안부를 물으면서 비누칠을 한다)뜨뜻한 탕에 몸을 푸욱 담근다. 엄마와 담소를 나누고 마사지를 해주고 어느 정도 열이 올랐다 싶으면 냉탕으로 직행한다. 우리 엄만 열탕에 조금 더 있는다. 냉탕에서 첨벙첨벙 어푸어푸 수영을 한다. 사실 난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그리고 물을 무서워한다. 그냥 소화도 시킬 겸 해서 첨벙첨벙 하는 것이 재밌어서 냉탕에 들어가 그야말로 논다. 하지만 엄만 물안경까지 쓰고 비장한 마음으로 냉탕에서 멋지게 수영을 한다. 물안경은 나와 같이 샀다. 동네마트에서 만오천원에 주고 산 물안경이다.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 등등 다양하게 수영을 하고 나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 "힘을 빼 힘을 빼고 쭈욱~ 누워봐" 난 이럴 때 너무 무섭다 특히 배영을 할때면 허리와 어깨에 힘이 쭉 들어가서 못해못해못해를 외친다. 난 무섭고 그리고 춥기도 하여 다시 열탕으로 간다. 열탕에서 냉탕을 바라볼 때면 우리 엄마 얼굴만 둥둥 떠다닌다. 접영을 할라치면 엉덩이가 둥 둥 둥 올라왔다 내려 갔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배영을 할 때면 수달 같기도 하다. 엄마 그렇게 냉탕에서의 수영을 마치고, 사우나 다시 열탕을 그리고 또 다시 사우나 또 그리고 열탕 때밀기 다시 수다를 떤다. 난 이미 마무리 샤워를 하고 나온 상태다. 먼저 나오는건 항상 나다. 엄만 뭐 그렇게 할 것이 많은지 내가 나가고 한참 오래 있다 나온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머리를 말리고, 로션을 바르고 티비를 본다. 엄마가 나왔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개운하게 밖으로 나온다. 솔솔 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바로 슈퍼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이다. 엄마는 요맘떼, 나는 파워캡, 목욕 뒤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엄마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향해 걸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엄마랑 평생 이렇게 같이 목욕탕에 가고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2012.08.0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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